완장(?)이 뭐/길래 ...
토끼 한 마리가 필요하여 장날이오기를 벼르고 별러서 모처럼 만에 영양시장에 갔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오지중의 오지로서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육지속의 고도(孤島)’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한적하다. 그 도 그럴 것이 넓은郡에 인구수 2만도 안된다니...
그러나 5일장이 서는 날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시골장의 북적거림을 상상하며 나섰던 길이었다. 그런데 농번기와 겹친 사월의 마지막장날은 상상을 무너트렸다.
좀은 북적거림과는 거리가 먼 한산하다 싶은 풍경이었다.
겨우 찾아간 생(生)동물 판매하는 곳에서 엉뚱하게도 한산한 시장을 더욱 한산함에 일조하는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다.
“ 당신 말 야 ! 다음 장날부터 오지 말 아 ! ! ! ”
동물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순간 깜짝 놀라 조선시대의 암행어사가 뜬 줄 알았다.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머리가 하얗게 쉰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늙수그레한 시골노인풍으로 손에는 푸른지폐와 누런지폐를 한뭉치 웅켜 쥔 초라해보였는데...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누군(?)데 저렇게 당당할까?
북한 장마당 단속하는 보안서원도 아닌 것 같은데...
사연인즉 장날마다 자릿세(?)를 징수하는 사람이란다.
들리는 말에 사실인지 모르지만, 합법(?)적으로 당당히 관청으로부터 위임받고 입찰로 징수권을 따낸 5일장에 오는 외부상인들에게는 무척 힘(?)있는 사람이란다.
자릿세는 다른시장에서 정리비 명목으로 보통천원 징수하는데 이곳에선 2천원 어떤 땐 2천오백원 때론 3500원까지 자기 기분대로 징수한다고 한다.
심지어 물건을 산사람이 다른 장본다고 옆에 맡겨놓은 장소도 점유비로 더 징수한다는 것이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장사도 못하게 방해도 하고... 징수원이란 신분표식도 없고 돈 받으면 영수증도 없다. 모든 것이 무소불위 자기 마음대로다. 적어도 5일장에 참가하는 외지 상인들에게는...(인근 청송의 진보장은 징수를 하지 않음)
마치 자기의 한마디는 바로 법인 것이다. 옛날의 임금님처럼...
지금이 어느 때인데 ...
민주주의 국가 그것도 서민의 애환이 서린 시골 5일장에서 직접 목격하니 맑은 하늘에 소낙비구름이 잔뜩 낀 기분이었다.
청명한(?) 하늘을 보고 싶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옆지기와 함께할 침실터를 완성하고 (0) | 2011.05.17 |
---|---|
정 안드는 동네 (0) | 2011.05.07 |
이웃이 좋아야 (0) | 2011.04.25 |
인생 다쓰고 갈랍니다 (0) | 2011.04.22 |
어느자리에서 (0) | 2011.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