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세영 교수 성학, 오줌구멍 생식구멍

비단초여 2013. 12. 27. 10:59

예로부터 남자는 무릇 세 가지 끄트머리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혀끝, 붓끝, X끝'이다. 그런데 한번 내뱉은 말이라도 오리발만 잘 내밀면 되고, 써 놓은 문장이야 찢어 버리든지 'Delete key'만 누르면 되지만, 만년필(X끝) 한번 잘못 휘두르면 정말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진입하기 십상이다. 각설하고, 흔히 만년필에 비유되는 음경(陰莖: penis)을 자세히 알아보자.

늘 그랬던 것처럼 우선 어원에서부터 살펴본다. 남자의 페니스는 그리스어 'phallus'에서 비롯됐는데, 남근(男根) 또는 남근의 형상을 지칭한다. 이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파시늄(fascinum)'으로 '마술적인 정신'이란 뜻과 연관된다. 현대에 와서는 묘하게도 '매혹시키다'는 뜻을 가진 'fascinate'로 변천됐다.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남성의 만년필을 뜻하는 단어가 '매혹시키다'는 의미로 전화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또 한 가지. 요즘은 의학에서도 남자의 만년필을 음경이나 페니스라고 불러서, '팔루스(phallus)'는 거의 폐어(廢語)가 됐다. 팔루스는 담자균류(擔子菌類), 쉽게 말해서 버섯류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남성의 만년필을 간혹 버섯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와 '즈' 발음이 불분명한 덩달이 같은 친구는 영어공부에 한창 열중하더니, 급기야 페니스는 남성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횡재'라 주장했다. '페니스 프럼 헤번(pennies from heaven)'을 들먹거리면서….

만년필에 대한 여러 가지 관심사 중 으뜸이면서도 공통적인 것은 바로 그 크기일 것이다. 한 살 때부터 자라기 시작한 음경은 사춘기 무렵인 16세경 급속히 커지는데, 만 21세 때는 발육이 완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온갖 훌륭한 운동법(?)을 몽땅 동원해서 좀 더 키우려 해도 일단 발육이 완성되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화가 나서 온갖 얌전한 상태에서 성인 음경은 길이 7.4㎝, 직경 2.8㎝, 둘레 8.3㎝, 용적40ml의 평균치를 유지하지만, 유사시(?)에는 길이 11.7㎝, 직경 4.1㎝, 둘레 11.5㎝, 용적 140ml로 변신한다. 또한 평시에는 6시 방향이던 것이 유사시엔 12시 방향으로 180도 바뀌며, 복벽과의 각도는 20도 정도의 예각(銳角)을 이룬다.

여자의 유방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음경은 인간에 가까운 유인원과 비교했을 때, 침팬치나 고릴라 등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 또 거대한 페니스를 가진 말[馬]도 몸집에 대한 상대적 비율을 따지면 인간의 페니스에 비할 바 못 된다. 그런데도 '만년필은 곧 자존심'이라는 등식을 불변의 진리인양 생각하는 남자들은 의외로 자신의 크기에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공중변소나 목욕탕에서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스스로 '단소(短小) 콤플렉스(complex)'에 빠지기도 한다. 바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보는 각도에 따라 착시(錯視)를 일으켰을 뿐이다.

즉 타인의 물건은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크기가 제대로 보이지만, 자기 물건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까닭에 실제 크기의 70%밖에 평가되지 않는 것이다. 또 착시를 감안하더라도 자기 물건의 평상시 크기가 남들보다 작다고 느끼는 사람들 역시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평시에 음경의 크기가 큰 사람은 발기했을 때 70% 정도 늘어나지만, 평시에 작던 사람은 발기 시 100% 증가하기 때문이다. 흔히 '그토록 순한 사람이 어쩜 그리 무섭게 화를 낼 수 있을까'하는 것처럼, 만년필이 화났을 때 모습은 보통 때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남자의 음경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를 여자의 성기로 옮기는 다리 역할 수행에 필요한 기관이다. 때문에 남자의 몸에서 여자의 질까지만 닿을 수 있는 크기라면, 정자를 함유한 정액을 도중에 흘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주입시켜 생식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평상시의 길이가 4㎝ 이하인 단소음경(短小陰莖: micropenis)은 2000명에 1명 정도로 매우 드물며, 자신이 '마이크로(micro)'라는 열등감에 빠진 남자들도 임전 시에는 알파벳 'i'가 'a'로 돌변해 '마크로(macro)'의 상태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최소한으로 따져서, 발기했을 때의 음경 길이가 5㎝만 되면 생식은 물론 성교에도 하등의 지장이 없다. 아울러 특별히 작은 사람들을 위한 조물주의 배려 덕택인지 여성의 성적 쾌감대는 질 입구의 3분의1에 한정되기에 쾌감형성에도 문제가 없다

친한 친구 두 사람이 함께 목욕탕에 갔다. 한 친구가 음경을 열심히 씻으면서 '똘똘이 너 써 본지 참 오래됐구나. 벌써 석 달이 지났지?'하며 위로하자, 다른 친구 맞받아서 하는 말. "아니 자네는 오줌을 석 달 만에 누나?"

이 우스갯소리는 서로간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하등동물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면 오줌구멍과 생식구멍을 분리하지 못하고 여전히 한 구멍으로 처리하는, 그래서 매우 비위생적일 것 같지만 그런 단점들은 또 충분히 만회하는 만년필의 구조를 알아보자. 음경은 크게 뿌리와 몸체, 그리고 '거북이 머리'의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몸체와 머리는 외형적으로나 내부구조 상 경계가 뚜렷하나, 몸체와 뿌리는 이행(移行)된 탓에 잘 구분되지 않는다.

우선 해면체라는 발기조직으로 이루어진 몸뚱이부터 살펴보자. 해면체(海綿體: corpus cavernosum)는 문자 그대로 '갯솜'처럼 부드러워 물을 빨아들이듯 혈액을 빨아들이는 조직이다. 어원을 빌어 보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cavernosum'은 속이 텅 빈 동굴, 즉 공동(空洞)이란 의미의 'cave'를 뜻하는데, 바로 이 공동 안에 성적 흥분 시 혈액이 충만해져 발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튼 음경은 발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 쌍의 음경해면체(陰莖海綿體: corpus cavernosum penis)와 한 개의 요도해면체(尿道海綿體: corpus cavernosum urethra)로 이뤄져, 유사시 혈액을 해면체 동(洞)안에 가득 채워 발기를 유발한다.

음경해면체는 다시 혈액이 유입되는 나선동맥(螺旋動脈), 혈액이 차 들어가는 해면체 동, 그리고 유입되었던 혈액이 빠져나가는 도출정맥(導出靜脈)으로 나뉜다. 의학용어라 좀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말해서 피가 들어오는 동맥과 빠져나가는 정맥, 그리고 피가 고여 궁극적으로 만년필의 크기를 부풀리는 공간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한편 요도해면체도 다시 거북이 머리와 닮은 귀두(龜頭), 소변과 정액의 통로인 요도(尿道), 그리고 진화가 덜된 동물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요도선(尿道腺)으로 나뉜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남자는 여자처럼 생식구멍과 소변구멍이 분리되지 않은 탓에 남성의 요도는 보통 때엔 오줌구멍으로, 또 특별한 때에는 생식구멍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유사시 오줌으로 더럽혀진 정액구멍을 청소하기 위한 대비책도 강구하고 있으니, 요도점막에 분포한 요도선(urethral gland)이 청소부의 역할을 한다. 리트레 선(Littre's gland)이라고도 불리는 요도선은 분비물을 분비하는데, 사정 시에는 가장 먼저 분비돼 정액이 통과하는 길을 말끔히 청소한다. 마치 공항에서 외국 VIP를 영접할 때 융단을 까는 것처럼…. 이쯤 되면 정액과 오줌을 동일한 구멍에서 처리하면서도 매우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한편 포경이 아닌 정상 성인의 귀두부는 깍정이가 떨어지지 않은 도토리의 모습(특히 상수리나무)과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acorn'이란 의미의 'glans'를 써서 귀두를 'glans penis'라 한다(참고로 'acorn'은 도토리다). 귀두는 발기 시에도 그다지 단단해지지 않으며, 피부표면에는 특이한 피지선(皮脂腺)인 타이슨 선(Tyson's gland)이 분포돼 백색의 지방성 액체를 분비한다. 때론 이 분비물과 탈락된 상피와의 혼합물이 악취성의 때[구垢]를 이루며, 이런 위생상의 이유로 흔히 포경수술이 권장된다.

이들 음경의 몸체를 구성하는 해면체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즉 신전성(伸殿性)이 거의 없는 질기고 단단한 백막(白膜: tunica albuginea)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음경이 혈액으로 충만해서 발기가 되면 바깥을 단단히 감싼 백막에 의해 차단효과가 생기고, 이 결과로 일정한 강직도(强直度)를 유지할 수 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음경은 부피만 늘어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딱딱해야 여자의 질에 삽입할 수 있는데, 백막은 이렇게 강직도를 형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