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돋우는 쌉쌀한 맛 머윗대 들깨찜
여러해살이풀 머위는 습기가 있고 빛이 적당히 드는 반그늘에서 잘 자랍니다. 대부분의 야생식물이 그렇듯 머위 역시 병충해가 없고 자생력이 강해 처음 심을 때 자리만 잘 잡아주면 공들여 돌봐주지 않아도 왕성하게 번식해가며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합니다. 굵은 땅속줄기는 사방으로 번지며 이른 봄이면 손톱만한 어린잎을 세상 밖으로 밀어냅니다. 봄기운 짙어지며 잎도 크고 잎자루는 길게 자라는데, 머윗대ㆍ머위 줄기로 부르는 부위는 새끼손가락 굵기에 두 자 가까이 자라는 잎자루입니다.
지금이 머위요리가 한창 맛있을 때입니다. 쌉쌀한 맛으로 미각을 돋우어주는 머위는 이른 봄엔 어린잎을 삶아 나물무침, 쌈으로 먹고 생잎에 밀가루 반죽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기거나 간장 양념으로 장아찌를 담급니다. 잎이 크게 자라면 줄기만 거두어 볶음ㆍ찜ㆍ국ㆍ탕 등으로 잎보다 먹는 방법이 더 다양합니다. 잎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봄에 잠깐이지만 줄기는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먹는 시기가 길고, 감칠맛도 줄기요리를 더 꼽아줍니다.
머윗대는 통통한 것이 다루기도 좋고 보기에도 먹음직합니다. 삶아서 껍질을 벗기면 색이 곱고, 껍질을 먼저 벗기면 색깔은 약간 거뭇하게 변해도 얄팍하게 벗겨내기는 더 쉽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하든지 삶은 머위는 하루 정도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어 조리를 합니다.
알칼리성 식품인 머위는 열량이 낮고 비타민ㆍ미네랄ㆍ섬유소질이 풍부해 제철일 때 꾸준히 섭취하면 변비나 비만 등 생활습관병은 물론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이 노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들깨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들깨는 여름내 햇볕에 그을려 까칠해진 피부를 윤기 있게 되살려주고, 무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주어 초가을에 먹는 머위들깨찜은 보약이나 다름없습니다. 맛도 조화롭게 어울려 머위는 부드러워지고 들깨는 진한 향으로 미각을 사로잡습니다.
들기름에 볶은 머위에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육수나 해산물 없이도 구수하고 시원하게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단, 들깨가루는 미리 멥쌀가루에 개어놓았다 넣어야 국물이 진하고 머위와 잘 어우러집니다. 국물을 좀 더 넉넉하게 해서 찹쌀 경단을 넣어 머위들깨탕을 끓여도 좋고 경단 빚기가 번거로우면 수제비로 대신해도 별미입니다.
들기름에 볶은 머윗대를 김밥ㆍ 주먹밥ㆍ비빔밥으로 변화를 주면 평소 머위와 친하지 않았더라도 반길 것 같습니다. 머위 거둠이 많으면 우려낸 다음 물기를 빼서 냉동실에 저장합니다. 얼었다 녹으면 부피는 약간 줄어들지만 조리를 하면 머위 고유의 맛은 변함이 없습니다.
들깨를 찜이나 무침 등 음식에 넣으려면 가루를 내야 합니다. 알을 감싼 껍질은 살짝 벗겨내고 빻아야 하는데 가정에서 이런 방법으로 거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요리할 때마다 즙을 내어 체에 거르자니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닙니다. 들깨 종류에 따라 용도에 맞게 활용하면 다루기 간편하고 맛내기는 더 좋습니다. 흰 들깨는 검은 들깨보다 알이 굵고 부드러워 껍질을 벗겨내지 않아도 곱게 갈아지고 껍질째 갈아도 식감이 부드럽고 향이 진해 적게 넣어도 음식의 맛을 잘 살려줍니다. 들깨 알을 감싼 껍질은 벗겨내지 않는 것이 영양성분을 섭취하기에도 더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두 종류를 심어 검은 들깨는 기름을, 흰 들깨는 주로 가루를 만듭니다. 씻어 건져 물기를 빼고 팬에 볶으면 참깨보다 더 빨리 볶아지고, 가정용 분쇄기를 이용해도 곱게 갈립니다. 껍질째 볶아서 갈기 때문에 색깔은 거피한 검은 들깨가루와 비슷합니다. 볶아서 빻아도 되고 생 들깨 그대로 가루를 내어도 되는데 나물무침이나 즉석에서 이용하기 쉽게 하려면 볶아서 가루를 내는 것이 좋습니다.
머위와 궁합이 좋은 들깨가루는 다른 채소에 곁들여도 음식의 맛을 한 단계 높여줍니다. 이맘때 제철을 맞는 박요리, 늦둥이 애호박, 초겨울까지 거두어 먹는 근대, 겨울 양식 우거지 시래기도 들깨가루가 더해지면 맛이 한층 깊어지고 가래떡들깨찜, 무들깨찜도 겨울이면 챙겨먹는 들깨요리입니다. 참기름과 통깨로 짝을 맞추는 무침양념에 통깨 대신 볶은 들깨가루를 넣으면 참기름 향은 더 고소해집니다. 그런가 하면 무생채 배추겉절이도 들깨가루로 마무리하면 고춧가루 자극적인 매운 맛이 순하게 변하면서 음식의 전체적인 맛이 좋아집니다. 약간 거칠게 갈은 가루는 부침 반죽에 활용합니다. 밀가루에 섞어 전을 부쳐 손가락 너비로 썰어 칼칼하게 양념한 나물, 생채무침에 훌훌 섞어 버무리면 구수한 맛과 쫄깃한 식감도 좋고 보기에도 그럴 듯합니다.
보통 나물볶음은 들기름으로 하고 무침은 참기름으로 향을 살립니다. 음식과 몸의 궁합을 더 좋게 하려면 향을 내기 좋은 참기름과 소화흡수를 도와주는 들기름을 섞어 먹습니다. 실온에 오래두면 산패될 위험이 있는 들기름은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소량씩 덜어서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참기름과 섞어놓고 먹으면 맛도 즐기면서 좀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들깨 기름 짜기도 어중간하고 가루내기도 번거로울 땐 볶아서 견과류나 콩에 곁들여 강정을 만들거나 으깬 두부 반죽에 섞어 들깨두부과자를 만듭니다.
재료가 단순해도 요리방법에 변화를 주면 먹을거리는 다양해지고 즐거움도 더해집니다. 따로 먹어도 좋고 어울리면 더 좋은 머위와 들깨로 건강밥상을 준비해보세요.
재료 준비
삶아서 껍질 벗긴 머윗대 300g, 바지락살 1/2컵, 볶은 흰 들깨가루 6큰술, 멥쌀가루 1큰술, 집간장으로 만든 맛간장 1큰술, 소금 약간, 육수 3컵, 홍고추 2개, 대파, 다진 마늘, 들기름
만드는 방법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ㆍ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http://blog.naver.com/jaun000
월간 < 전원속의 내집 > 의 기사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복사, 배포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오니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편한 이웃 (0) | 2013.10.23 |
---|---|
마음속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0) | 2013.09.24 |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펴라!!! 장수의 지름길 (0) | 2013.08.27 |
사과 씨앗은 절대로 먹지 마세요 (0) | 2013.08.24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0) | 201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