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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분리 안 하고 팔면 '양도세 폭탄'.. 복잡해진 세법에 더 복잡해진 셈법

비단초여 2019. 5. 6. 07:49

세대 분리 안 하고 팔면 '양도세 폭탄'.. 복잡해진 세법에 더 복잡해진 셈법

게티이미지뱅크

3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올 초 아파트 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뉴스를 본 뒤 서울의 오피스텔을 처분했다. 내년 쯤 결혼을 생각하는 A씨는 그 돈을 종자돈으로 아파트 청약을 하나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청약 접수도 하기 전에 날벼락부터 맞았다. 양도소득세였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2017년부터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세금 걱정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주택자인줄 모르고 있다가 양도세 중과 폭탄을 맞은 사람들의 호소가 많아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팀장은 5일 “양도세 중과 대상인 줄 몰랐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전화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특히 세대분리를 하지 못해 세대주 소유의 집 때문에 다주택자가 돼 양도세 중과를 맞았다는 상담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평생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살았던 A씨 사례처럼 말이다. A씨는 오피스텔을 사기도 전에 이미 자신이 1주택자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 오피스텔을 샀을 때 자신이 다주택자가 됐다는 것도 알 턱이 없었다.

A씨가 함정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재 세법은 양도세에 대해선 세대주와 세대원을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A씨처럼 세대주인 아버지가 집이 있다면 세대원인 A씨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재산세를 부과할 때는 A씨와 세대주인 아버지를 분리해서 봤다. 아버지 소유의 집과 A씨 소유의 오피스텔을 각각의 소유로 보고 재산세도 별도로 부과했다. 양도세는 다주택자가 되고 재산세는 1주택자가 되는 이상한 구조였다.

예전에도 양도세는 있었던 만큼 A씨의 준비부족을 탓할 수도 있지만 처분은 가혹했다. 2017년 8·2대책 때문이다. 그 전까지 양도세는 주택수에 상관없이 차익에 따라 기본세율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양도세 기본세율은 6~40%다. 그런데 8·2대책 이후 2주택자면 기본세율에 10%를 더 하고, 3주택자는 20%를 더하고 있다. 가령 1200만원 이하의 차익을 얻었을 때 기본세율이 6%라면 2주택자는 16%, 3주택은 26%를 내야 하는 식이다. 대상은 서울 경기 부산 세종시 등 총 40곳의 조정대상지역에 한해서다.

관할 지역 세무서에선 A씨가 보유한 오피스텔이 3000만원 가량 차익을 얻었다며 조정대상 구역에 있는 만큼 기본세율은 15%지만 2주택자니 10%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지방세까지 더하면 800여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결국 A씨는 세무사 사무실을 찾았다. 세무사는 부동산 양도세는 거래가 성사되는 시점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양도 당시 2주택자였다면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A씨에게 양도세를 내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했다.

이미 A씨 같은 사례가 과거에도 많았던 만큼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인들이 행정 소송을 벌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승소해 비과세 처리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전제는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주소지에 있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독립된 세대를 구성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주 분리 조건을 보면 이해는 쉽다. 주소를 이전한 30세 이상이거나 결혼한 사람, 이혼 또는 배우자나 가족의 사망 등으로 1세대가 불가피한 사람이 해당된다. 또 30세 미만이더라도 기준 중위소득 40% 이상이면서 거주지 주택을 관리·유지해 독립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도 세대 분리가 가능하다.

A씨의 경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30대 후반이고 소득 수준도 중위소득 40% 이상의 독립된 개체로 살아 가능성은 높다. 오피스텔도 부모의 도움 없이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해서 모은 돈과 대출로 분양을 받은 거였다. 그의 부모 역시 소득이 있어 A씨와는 경제를 분리한 상태였다.

법원 판결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2월 11일 서울행정법원도 ‘함께 거주했더라도 독립된 세대를 구성했으면 1세대 2주택으로 보고 과세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는 임대 수입 등이 있고 아들은 급여수입이 있어 각각 독립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함께 거주했더라도 부동산의 양도 무렵 생계를 달리함으로써 독립된 세대를 구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2010년 1월 서울고등법원도 30세 이상인 경우 다른 세대원과 같이 거주하더라도 독립된 1세대로 보아 비과세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판례가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세무 전문가들도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 전문가들을 통해 면밀히 세법을 살핀 다음에 거래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세무법인 우진의 천경욱 대표세무사는 “실질 과세 주의기 때문에 세대 분리가 일어났는지 등을 보고 과세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예전에도 양도세 규정은 있었지만 최근 그 규정이 더 복잡해지고 많아진 만큼 자의적 해석보다는 계약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