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보면 고속도로 속살 다 보인다..노선번호의 비밀
그러면 2번, 3번 고속도로도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 자리 숫자의 번호를 가진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유일합니다. 대표성을 인정해서 예외를 허용한 겁니다.
국내에서 고속도로 등에 번호를 붙이는 방식은 국토교통부의 '고속국도 등 도로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에 정해져 있는데요.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10번은 남단의 동서방향 간선도로
번호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는 우선 동서로 뻗어있으며, 규모가 큰 간선도로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는 겁니다. 바로 '남해고속도로' 인데요. 전국의 고속도로 노선망을 확인해보면 번호를 통해 알아낸 정보가 정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남북 방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지고, 동서 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름차순으로 노선번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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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엔 방향, 도로 규모 등 정보 담겨
둘째는 도로의 규모에 따라서 자릿수가 달라집니다. 국토를 종단 또는 횡단하는 '간선노선'에는 두 자리 숫자가 부여되는데요. 남북 방향은 끝자리에 '5'번을, 동서 방향은 '0'번을 붙입니다.
참고로 보조노선은 간선노선 축에서 나누어져서 주요 도시나 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등을 연결하며 2개 시·도 내외를 통과하는 노선을 일컫습니다.
또 간선노선 또는 보조노선에서 갈라져서 인근 도시나 항만, 공항 등을 잇는 짧은 고속도로인 '지선'에는 세 자리 숫자가 부여됩니다. 앞 두 자리는 관련이 되는 간선노선 또는 보조노선의 번호를 그대로 씁니다. 대신 셋째 자리에는 남북방향은 1·3·5·7번을, 동서방향은 2·4·6·8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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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방향은 홀수, 동서 방향은 짝수
이 기준을 적용하면 남해고속도로는 전남 영암과 부산을 동서로 잇는 간선노선인 만큼 우선 두 자리 숫자가 되고 끝자리에 '0'이 붙게 됩니다. 그리고 동서 방향의 간선노선 중 가장 남쪽에 있기 때문에 앞에 '1'을 넣어 '10' 번이 된 겁니다.
그러면 서해안고속도로는 몇번일까요? 먼저 이 도로는 서울에서 전남 무안을 남북 방향으로 연결하는 간선노선이기 때문에 두 자리이고 끝자리에 '5'를 써야 합니다. 또 남북 방향 고속도로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기 때문에 '1'을 붙이면 '15'번이 됩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간선노선인 호남고속도로의 번호가 '25번'인 것도 이 같은 방식에 따른 겁니다. 서에서 동으로 갈수록 앞 숫자가 커지는 겁니다. 동쪽 끝에 있는 동해고속도로의 노선번호가 '65'번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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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도로는 우편번호 앞자리+00
보조노선은 연결된 간선노선의 번호에 영향을 받는데요. 예를 들어 남북 방향인 평택화성고속도로의 경우 서해안고속도로(15번)의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뒷자리에 '7'을 붙여서 '17번이 되는 겁니다.
또 '151'번은 세 자리이므로 우선 짧은 거리인 지선이고, 서해안고속도로(15번)에서 갈라져 나온 남북방향 도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순환고속도로는 어떻게 번호를 붙일까요. 남북 방향도, 동서 방향도 아닌 그야말로 순환인데 말이죠. 이게 세 번째 원칙입니다. 순환고속도로는 세 자리로 하되 맨 앞에는 해당 도로가 있는 지역의 우편번호 첫 자리를 사용합니다.
다만 도로명으로 바뀐 지금의 우편번호가 아닌 6자리의 옛 우편번호입니다. 그래서 서울은 '1', 대전은 '3', 부산은 '6' 이 붙게 되는데요. 그 뒤에는 '00'번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번호가 '100'이 되는 겁니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는 '600'번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무심코 지나치는 노선번호라도 조금만 규칙을 알면 그 '속살'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