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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비단초여 2010. 5. 21. 11:14

엊그제 모처럼 단비가 흠뻑내려서 그동안 모종에 물주랴 바쁘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들깨 모종을 이식을 끝내고 나니 한숨 돌린다.

들여온지 한달 넘은 약병아리들이 제법 날개짓을 해대는 요즘 먹는것도  장난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15마리의 약병아리가 어느덧 중년(?)으로 변하고 있었고 왕성한  먹성덕분인지 사료도

벌써 달랑거린다 차가 없는 나는 이웃집 포타가 비기만을 기다리다 드디어 시간을 잡았다.

5.21일 부지런히 차를 몰고 9키로 떨어진 영양에 갔다.

산나물 축제다 지방선거유세다 하여 복잡하고 복잡한(평소엔썰렁) 시장통을 지나서 겨우 축협앞에 차를 대고

내려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앗뿔싸 오늘이 석가탄신일 이란걸 까맣게 모르고...

허허 어쩌나 겨우 빌려온 차인데...

허는 수없이 도로 귀가하여 차를 반납하고  자전거를 끌고 1.5키로 떨어져있는 면소제지 의 유일한 사료가게

그집으로 갔다.  워낙 폭리가 심해서 두번 다시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애들을 굶길 순  없지  않은가

"계세요?"

큰 댓자로 쭉 뻗어 있던 욕심 많은 영감이 비시시 미닫이 문을 열고 삐끔이 내다본다.

"사료 한포대 주세요"

내말에 대꾸도 없이 힐끔 한번 쳐다 보더니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온다

옆에 붙어 있는 창고 겸 보관소를 열더니 내게 한포를 가져 가란다.

"얼마예요?"

"만오천원"  단호하게 말했다.

"아저씨 사료값 내렸어요  축협에서 1포에 11600원이 11000원으로 내렸어요"

그랬더니  영감 왈  "그럼 거기가서 사"   딱 그 말  세마디였다.

착한 가격이 아닐거란 생각을 했지만... 2포 팔면 1포가 남는 장사 ...  정말  능력있는 영감 이었다 

정말 정말 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애들을 굶길 수 도 없었다  

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순순히 만오천원을  주고  내가 직접 들어 내서  자전거에 싣고 왔다.

종일 너무 찜찜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