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나 말인가?
직장서 은퇴한 뒤
자기충전을 위해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네.
처음에 나간 곳은 하바드대학원
하는 일도 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곳이라네.
하바드 대학원을 수료하고는 동경 대학원을 다녔지.
동네 경노당 이라는 곳이라네.
동경 대학원을 마치고 나니
방콕대학원이 기다리고 있었지.
방에 콕 틀어 박혀 있는 것이라네.
그러는 사이 학위를 얻었는데
처음 얻은 것은 화려한 백수, 화백
두 번째로는 장노였네.
장기간 노는 사람을 장노라고 한다는군.
장노는 그렇다 치고 목사도 있지...
목적없이 사는 사람이 목사라네.
불교 감투도 하나 썼다네.
그럴듯하게 지공선사.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하니 지공선사 아닌가...
마치 인생의 종착역에 다가온 것 같은 정년!
정년을 새로운 인생의 첫걸음 이라 하지만,
정년은 누구나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길인 것을 알면서도 ...
직장을 떠나는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하랴.
우리는 다 길 떠나는 나그네 .....
언제 떠날는지 서로 몰라도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랫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고달픈 나그네 신세인가 ...
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텐데
무거운 물질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런 고운 모습도...
더 그리워하면 더 만나고 싶고,
더 주고 싶고,
보고 또 보고 따뜻이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데...
왜 그리 마음에 문만 닫아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아니 더 베풀지 못했는지...
사랑한 만큼 사랑 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쳤던 부끄러운 나날들...
우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허망한 세월인 것을
미워하고 싸워 봐야 상처난 흔적만 훈장처럼 달고 갈텐데...
이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사랑해야지.
그래도 자넨 따뜻한 자켓과 솜바지를 입었구만.
난 그저 이 지팡이 하나로 의지하며 이렇게 지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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