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옛날 아련한 추억(追憶)속의 초가집

"어머니" 하고 달려가면 ....

내가 오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 달려 나오던 검둥이가 뛰어오는........

형님들이 누나들 만나던 장소 물레방아간에........

꼭 용식이 집 같은데 용식이는 어디가고.......

장독 뒤에서 어머니가 나오실 것 같아.....

봉숭아 꽃 잘 못 따왔다고 누나에게 알밤 맞던 그 시절이 그리워....

큰어머님 댁 장독 같은데....

저 싸리 울에 앉아 울던 산새는 어디로 갔을 까?......

방문이 덜컥 열리며 "이제오느냐 어서 오너라" 할머니 소리가...

할아버지 방인데 인기척이 없으니....

복길이 할머니가 좋아하던 꽃인데...

가을 걷이를 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춘자네도 이사를 가고 옛 집엔 바람이 휑.....

할머니가 심어놓은 조.....

누렁팅이 호박이 옛정을 일깨워 줍니.......

자식들은 다 도시로 가고 두 늙은이만 남은 ......

복길이 아버지 흔적이 아직도 따뜻한데.....

옛날 여름 삼복 날 동네 사람들 모여 닭 백숙 먹던 ....

그래도 도랑 출입이 잦던 양반 집이라 정돈이.....

오줌빨 쎈놈들은 서울로 다가고 ....

소원을 빌며 작은 돌맹이를 저 돌무덤에 던지며...

선생님 호령이 들려오는 듯 오금이 저려 옵니......

콩이며 고추며 깨......이녀석들 명절에 오면 주어야지....

그래도 우리마을은 정감이 흐르는 사람 살만한 동네였지.....

앞 채전에 가꾼 먹거리가 그래도 최고였는데...

저 누렁이는 그때 그 누렁이 후손일까?

밭 갈이 처음하는 소를 붙들고 다니는 사람을 "소를 이끈다"라고 했는데....

늦여름의 한때는 매미소리도 쉬어 가는가 보다....

저 꽃 그늘아래서 춘자랑 같이 부른 노래 "나에 살던 고향........."

이사 가버린 숙이네 집엔 숙이가 정지에서 불쑥 나올 것 같아....

선홍색 입술을 자랑하던 분이를 저 돌 부처는 기억할까?

눈 쌓인 겨울밤엔 따뜻한 구둘방 아랫목에서 할머니 옛날 이야기...

동네는 쥐죽은 듯 고요한데 먼데 개 짖는 소리가 아련히....

새벽달 기울고 안개 젖은 옛 동네
철쭉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던
그 봄
올해도 어김없이 애잔한 눈물
배고파 떠난
떵 빈 마을에
그 옛날 여름엔 소쩍새가
피터지게 울었지
저 촌노 지고가는
지게위엔
당산골 미륵 보살님이
허기를 면하라고 보낸
식은 밥덩어리가
얹혀 있을까
송산/손일수


◈아름다운 황혼열차◈
-카페지기 석양노을-